산적두목 임꺽정(林巨ㄱ正)의 편모(片貌) - 서정주
(林巨ㄱ正의 <巨ㄱ>자는 중국한자가 아니라 순국산한자니,
<꺽>소리 글자가 한자엔 없음으로 <巨>자 밑에 우리 자음
<ㄱ>을 하나 받침으로 더 붙여서 그걸 표현해 놓은 것이다.
순 우리말로 <꺽정스런 놈>이라는 뜻으로 불려졌던 이름이겠지.)
개성 청석령에 달 밝은 밤을
우조로 계면조로 멋들어지게
서천 군수 주선경이 퉁수 불고 가다가
산적 임꺽정이네에 붙잡혔는데,
고향 생각이었겠지, 그 퉁수 소리에
눈물이 핑그르한 도둑놈도 생긴지라,
임꺽정이는 그걸 듣고 보고 있다가
"놓아 줘라. 놓아 줘.
아무리 무서운 도둑이라도
퉁수까지 잡아서야 어따 쓰겠니?"
느릿느릿 몇 마디 뇌까리고 있었네.
그러고는 허리에 찬 칼을 풀어 주면서
"가다가 또 걸리건 이 칼을 보여라.
이 칼을 아는 자는 너를 잡진 못한다."
제법 무슨 하늘에서 나는 소리마냥으로
한 마디를 더 넌지시 또 토달아 붙였네.
- [연여실기술] 제11권 <포강도 임거정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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